AI 생성물 표시, 모든 이용자의 의무는 아니다
인공지능기본법 제31조의 직접 의무 주체는 AI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다. 7월 후속 법령이 새 보편 의무를 만든 것도 아니다. 제작·배포 전에는 사업자 여부, 서비스 안팎, 다른 법과 플랫폼 규칙을 나눠 확인해야 한다.

7월 21일 인공지능기본법 후속 법령이 시행됐다는 소식 뒤 “이제 AI로 만든 모든 글과 그림에 표시를 붙여야 한다”는 해석이 다시 퍼졌다. 그러나 법의 날짜와 의무 주체를 함께 보면 결론은 더 좁고 구체적이다. 생성형 AI 투명성 의무는 7월에 처음 생긴 보편적 이용자 의무가 아니며, 제31조가 직접 부르는 주체는 인공지능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공지능사업자다.
그렇다고 개인이나 제작자가 AI 사용 사실을 숨겨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같은 콘텐츠라도 저작권, 개인정보, 명예훼손, 선거·광고·방송 규정, 거래 상대방과의 계약, 플랫폼의 합성미디어 정책이 따로 적용될 수 있다. 먼저 AI기본법 제31조의 범위를 정확히 잡고, 다른 의무를 두 번째 층에서 확인해야 과잉 표시와 무표시를 모두 피할 수 있다.
7월 21일이 표시 의무의 출발점은 아니다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과 시행령은 2026년 1월 22일부터 시행됐다. 제31조도 이때 효력이 생겼다. 7월 21일부터 시행된 개정 부분은 국가기관의 AI 제품·서비스 우선 고려, AI 확인제도, 인재·창업·취약계층 지원 등 진흥 장치를 구체화한 내용이 중심이다. 최근 후속 법령 기사와 기존 투명성 의무를 한 날짜에 묶어 “7월부터 모든 AI 결과물 표시가 새로 의무화됐다”고 읽으면 시점을 잘못 잡게 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법 시행 때 현장의 준비를 위해 최소 1년 이상의 계도기간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계도기간은 법이 아직 시행되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다. 의무는 존재하되,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보완하고 중대한 문제를 제외한 사실조사를 제한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집행 방침으로 구분해 읽어야 한다.
제31조의 주어는 인공지능사업자다
법은 인공지능사업자를 AI를 개발해 제공하는 사업자와, 다른 사업자가 제공한 AI를 이용해 AI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로 정의한다. 이들이 고영향 AI나 생성형 AI 기반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이용 전에 그 사실을 알려야 하고, 생성형 AI 결과물을 제공하면 AI가 생성했다는 사실을 표시해야 한다.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가상 음향·이미지·영상은 이용자가 명확히 인식할 수 있는 고지나 표시가 요구된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공식 투명성 가이드라인은 생성형 AI를 업무나 창작의 도구로 쓰는 단순 이용자를 이 의무의 직접 대상에서 구분한다. 예를 들어 이미지 생성 서비스를 운영해 결과물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회사와, 그 서비스를 이용해 홍보물 한 장을 만든 사람은 제31조에서 같은 위치가 아니다. 다만 외부 AI를 결합해 자신의 고객에게 AI 기능이나 결과물을 서비스한다면 단순 이용자가 아니라 인공지능이용사업자에 해당할 가능성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
서비스 안과 밖에서 표시 방식이 달라진다
공식 가이드라인은 결과물이 AI 서비스 환경 안에서만 보이는 경우와 다운로드·공유 등으로 밖으로 반출되는 경우를 나눈다. 대화형 서비스 화면 안에서는 이용 전 안내나 화면의 상징처럼 유연한 방법을 쓸 수 있다. 이용자가 이미 AI 서비스라는 맥락을 알고 있는지, 생성물이 어디까지 이동하는지가 표시 설계의 기준이 된다.
반대로 결과물이 서비스 밖으로 나가면 AI 생성 사실이 이어서 전달되도록 더 명확한 표시가 필요하다. 가시적·가청적 워터마크를 쓰거나, 기계가 읽는 메타데이터를 넣을 수 있다. 메타데이터처럼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방식만 쓴다면 그 사실을 알리는 문구나 음성 안내를 함께 제공하도록 가이드라인은 설명한다.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딥페이크는 이용자가 명확히 알아볼 수 있는 표시가 원칙이고, 예술적 표현은 향유를 해치지 않는 방법을 허용한다.
표시가 없다고 모두 곧바로 3천만원은 아니다
제재 구조도 조항별로 다르다. 법 제40조는 생성형 AI 결과물 표시나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생성물 표시 위반 혐의가 있으면 자료 제출과 사실조사, 시정명령으로 이어질 수 있게 한다. 제43조의 3천만원 이하 과태료는 사전고지 의무 위반, 국내대리인 미지정, 시정·중지명령 불이행 등을 열거한다. 따라서 “AI 표시 하나가 빠지면 누구나 즉시 3천만원”이라는 문장은 법의 주체와 절차를 모두 생략한다.
계도기간이 있다고 준비를 미룰 이유도 없다. 사업자는 자신이 개발사업자인지 이용사업자인지, 고객에게 어떤 AI 기능을 직접 제공하는지, 생성물이 서비스 밖으로 저장·공유되는지, 딥페이크처럼 현실과 혼동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제품 흐름별로 기록해야 한다. 불명확한 경우에는 과기정통부와 전문기관이 운영하는 인공지능기본법 지원데스크에서 비공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게시 전에는 네 칸을 나눠 확인한다
첫째, 나는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인가, 그 서비스를 쓰는 이용자인가. 둘째, 결과물은 서비스 화면 안에 머무는가, 다운로드·공유로 밖으로 나가는가. 셋째, 실제 촬영물이나 사람의 음성과 혼동될 정도인가. 넷째, AI기본법 밖의 저작권·개인정보·광고·플랫폼 규칙이 별도 표시를 요구하는가. 이 네 칸을 채우면 “AI를 조금 썼다”는 모호한 질문을 실제 배포 과정으로 바꿀 수 있다.
법적 직접 의무가 없는 이용자라도 독자의 오인을 막기 위한 자발적 공개는 여전히 좋은 편집·거래 관행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모든 곳에 같은 배지를 기계적으로 붙이는 일이 아니라, 누가 무엇을 제공하고 결과물이 어디로 이동하는지에 맞춰 AI 생성 사실이 끊기지 않게 전달하는 것이다.
편집자 주. 일반적인 법·정책 정보이며 개별 서비스의 법적 지위나 표시 방식에 대한 자문을 대신하지 않는다. 실제 적용은 최신 법령·가이드라인과 관계기관 또는 전문가의 확인을 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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